뚝섬 토박이들이, 자기 살던 땅에서, 향우회 창단 이유
뚝섬 토박이들이, 자기 살던 땅에서, 향우회 창단 이유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0.08.1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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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폭이 여기 방 2개 정도 밖에는 안 됐어요. 근데 물살이 셌지.”
회장 이철민, 사무장 김남인, 총무 김 식 등 뚝섬향우회 위한 봉사
지난 8일 오후 뚝섬향우회 창단식을 마치고 사무실 아펭서 기념활영을 하고 있다. 오른족 3번째가 이철민 회장

한강종합개발이 있기 전 이야기다. 강변북로도 올림픽대로도 생기기 이전. 당시에도 성수동과 한강 사이 둑은 있었다. 아이들은 둑 위에서 한강을 내려다보거나, 둑 아래로 난 토끼굴을 통해 한강까지 내달리곤 했다. 
한강은 보가 생기기도 전이어서 자유롭게 자기 물길을 내곤 했었다. 가물 때 한강은 걸어 건널 만큼 얕고 친근한 강이었다. 지금은 체크무늬 도로로 큰길을 내고 위로 높은 빌딩을 세운 강남도 그때는 없었다. 그저 넓게 펼쳐진 뽕나무밭(잠실), 서래풀 가득한 풀밭(서초)의 벌이었을 뿐. 

“뚝섬유원지 쪽에는 나무 그늘이 졌는데, 강남 쪽은 안 그랬어. 거기선 그래 강수욕도 못해. 그때는 신발도 옷도 귀한 시절이니까, 죄다 여기 집에 벗어놓고 나갔다고. 한강 모래밭 뚝섬유원까지 벌거숭이로 간 거야. 갈 때 바닥이 뜨겁잖아. 그러니까 깨금발로 뛰면서…. 여기 이 친구들이 대개 다 그렇게 놀던 사이야.”

뚝섬향우회의 안년을 기원하는 고사도 정성껏 올리고 있다.
회원명부도 호가인하고

지난 8월 8일 토요일, 오후 2시. 새로 공간을 마련하고 '뚝섬향우회 창립식'이 열렸다. 그 공간이 성수이로가 한강변 둑과 만나는 지점인 건, 이곳이 그네들의 어릴 적 집과 놀이 터와 멀지 않아서일 게다. 어린 시절의 한강 이야기를 해준 이철민 뚝섬향우회장(56회)은 경동초등학교 동문회장이기도 하다.

“아시겠지만, 여기 친구들은 대개 경동국민학교를 다녔어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우린 졸업년도만 들으면 나이가 탁 나와요!”
1913년 10월 1일 창립한 이 학교는, 졸업한 해 끝자리 수가 곧 자신의 나이가 된다. 

뚝섬향우회 '막내'는 경동국교를 대략 1960년대 후반쯤 졸업했다. 50대를 넘으면 슬슬 수구초심(首丘初心), 향우회를 찾는다는데, 여기 또한 그렇다. 배가 좀 나오고, 머리도 좀 희끗하고, 단단하지만 좀 허술한 척도 하는 아저씨들이 여럿 모여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돼지머리를 놓고, 하얀 명주실로 감은 북어포를 올리고, 시루떡을 통째 올리고, 수박과 복숭아, 술떡과 절편과 인절미를 올린 품새 자체도 넉넉한 연륜 그대로다. 

사무장을 맡은 김남인(65회)과 총무를 맡은 김식(60회)은 부지런히 사람들과 살림을 챙긴다.
이 자리를 다시 마련하기까지 여럿이 같이 품을 추렴하고, 연락망을 다시 가동했다. 

이들이 함께 마련한 '향우회 사무실'은 작지만 아담하다. 곳곳에 향우회의 손길이 스며있다. 나이가 지긋한 사내들은 앉아서, 더 젊은이들은 대략 서서 삼삼오오로 반가운 대화를 나눈다. 

이제는 백발이 된 뚝섬 토박이 어르신들

물론 뚝섬향우회가 오늘 처음 창립한 것은 아니다. 구 애향회는 이미 전에도 큰 버스를 세 대나 빌려, 코에 바람 넣으러 바깥 나들이를 다녀오곤 했었다. 

사는 게 바빠 모임은 흐지부지 잦아들다 끊어져 버린 지 좀 되었다. 그러다 재개발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는 현재의 분위기가 위기감을 자극했다. 이러다가는 서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생긴 때문이다. 
나라를 잃어서, 땅이 분단돼, 도시화 산업화로, 학교와 일터로 찾아, 많은 사람들에게, '향우회'는 사람이 있으되, 고향땅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뚝섬향우회는 토박이로 나서, 이곳서 어릴 적 첫 경험을 나누고, 이곳서 자리를 한 사람들. 살던 집을 함부로 부수고, 자기 땅을 버리고 이리저리로 부유하는 서울에서, 흔한 듯하지만 결코 흔할 수 없는 이 향우회를 기억하고자 하는 이유다. 이곳 향우회는 '향기나는 우정의 모임'이라 해야 마땅하다.              【원동업 성수동 쓰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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