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결혼식 연기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결혼식 연기
  • 성광일보
  • 승인 2020.08.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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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杉基
김삼기
김삼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인해, 8월 29일 예정되었던 아들의 결혼식을 부득이 아래와 같이 연기합니다.”

2주 전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던 지인들에게 어제 다시 보낸 ‘아들 결혼식 연기 안내’ 문자 메시지다. 

사실 아내와 나는 3개월 전부터 아들 결혼식 일정에 맞춰 운동도 했고 얼굴관리도 했고, 정장 등 필요한 것들도 다 사놓고 만반의 준비를 다 했었다.

마치 운동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시합에 가장 적합한 몸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듯이, 아내와 나뿐만 아니라 아들도 며느리도 그리고 사돈댁도 그랬을 것이다. 

이틀 전 오후 5시 정세균 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게 조치를 발표할 때만 해도 일정대로 결혼식을 치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제 오전 가족 단체 카톡방에서 가족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갑자기 결혼식을 연기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코로나를 원망하면서 결혼식을 강행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30분쯤 지났을 때, 작년에 결혼한 딸이 “우리 입장만 생각해서 결혼식을 진행했다가, 만약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너무 큰 불편을 주게 되고, 인재원(결혼식장)도 문을 닫으면 회사에도 피해를 주게 되니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올렸다.

딸이 올린 글을 보고 강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던 우리 가족 모두는 주저없이 결혼식을 연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물론 며느리와 사돈댁 의사를 여쭈어보고 한 결정이다.

우리가 어떤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상황만 생각하거나 개인입장에서만 생각하여 판단하기 쉬운데, 전체 상황과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개인을 무시할 수 없는 다중사회라 할지라도 개인이 손해 보는 것보다 공동체가 손해 보는 게 훨씬 더 크고, 당장보다도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파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에는 결혼식 연기 소식을 접한 지인들로부터 많은 위로와 격려도 받았다. 

“더운 여름보다는 흰 눈 내리는 겨울이 더 좋다”는 교수 친구의 멘트도 있었다.  

나도 아들과 며느리에게 “흰 눈 내리는 겨울이 더 축복의 결혼식이 될 것이다.” 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코로나 감염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감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라는 점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명심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 사회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직면해야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전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단상]
아들이 흰 눈 내리는 겨울까지 참아야 하듯, 우리 사회도 코로나가 정복될 때까지 참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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