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시인
또 다른 입학
최정은
나와 같은 배를 타기도 전 그의
어깨는 이미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다
짐작조차 못한 그 무게 속에 뛰어들어
함께 출렁이던 뱃길
험한 바다에 제 씨앗 두 개 툭
던져놓고 병원에 입원하던 날
엄마손 잡고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 같다며
그의 손이 내손을 잡고 웃었다
입학하고 통학하듯
수시로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1년
반복하던 걸음을 접고
구급차 타고 병원 문 나서던 날
하늘가는 길이 그리 가까운 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혼자 비틀대며 노를 젓는 동안
강산은 훌쩍 세 번 옷을 갈아입었다
외줄타기 하느라 잊고 지냈던
그 사람이 간간 보고 싶다
·최 정 은
·성동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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