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과거세탁의 시대
(독자기고) 과거세탁의 시대
  • 성광일보
  • 승인 2021.05.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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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영어영문학과
김성준
김성준

미국 케이블 채널 AMC에서 방영한 드라마 ‘매드맨’은 거짓을 말하는 한 인물과 당대 미국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드라마의 주인공 ‘돈 드레이퍼’는 가난한 농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한국 전쟁에 참여한 드레이퍼는 죽은 전우의 신원을 가지고 광고회사에 들어가 CEO의 위치까지 오른다. 그 와중 자신의 과거와 부정행위가 점점 드러나며 드레이퍼는 위기를 맞게 된다. 매드맨은 과거를 속이고 살아가는 자신이 진정한 나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이런 드레이퍼의 행동을 ‘과거세탁’ 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오점을 숨기고 이득을 얻는 행위를 ‘세탁’이라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동안 유명 연예인들의 학력 위조에 관한 기사가 계속해서 나왔다. 뛰어난 외모와 학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한 가수는 작년 12월 석사 논문 표절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당사자는 표절을 인정했고 출연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던 유명 강사 또한 논문을 표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람들을 가르치는 강사마저 자신의 과거를 속였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욱 분노했다. 그 여파로 유명인들의 과거 실언과 행적에 관한 기사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많은 연예인들이 과거 학교폭력을 세탁한 뒤 인기를 얻었다는 기사는 너무 많이 접해서 이제는 익숙해진 수준이다.

이런 과거세탁은 우리 주변에도 만연해 있을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19년 4월 발표한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년간 전국 대학에서 판정된 연구부정행위는 322건이며, 그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3년에는 연구부정행위가 31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무려 118건이 적발되었다. 부정행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된 것을 고려해도 그 수는 여전히 많다. 이들은 부정행위로 학력을 세탁한 뒤 그 학력을 이점으로 이득을 취한다. 학위로만 과거를 속이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위장취업자 수만 무려 1189건이다. 건강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위장 취업을 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퇴직이나 은퇴를 했음에도 직장등록을 하여 금전이익을 얻는다. 이러한 부정행위자들의 수는 주위에 자신과 남을 속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준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는 세탁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그 가짓수는 ‘이미지 세탁’, ‘고향 세탁’ 등 매우 다양하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엄격한 감찰과 함께 결과주의적인 사회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이 유행한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아직 부조리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언젠가 세탁이라는 말이 우리 주위에서 부정적으로 들리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영어영문학과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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