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샘/시인, 성동문학 회원
동묘역 5번 출구
이 샘
주말이면 가보고 싶다
길거리엔 손 때묻은 옛 추억들이
밀고 당긴다
부모님이 계시던 오일장
눈이 반짝거린다
호기심이 발걸음을 앞서간다
바닥 위에 누운 허름한 산더미는
보물창고
검정 가마솥 단지
아버지의 계산기 나무 주판
백색 다이얼 전화기
외할머니 모시옷
빨간 구두 잘 나가던 한때가 지나
텁텁한 흙 먼지 쓸쓸히 내려앉아
한 움큼 뭉쳐진 액세사리를
하나씩 풀어
손과 목과 가슴에 달고서
도시 멋 한껏 낸 귀부인이 쭈구려앉아
오백 원 깎으며 흥정을 한다
사람 냄새 굴뚝 연기처럼 피어
달걀 노른자 해처럼 떠 있는
쌍화차 한잔 추억도 가슴에 살아
별 볼일이 없어진 잡동사니 천지
동묘역 5번 출구에
마냥 떠다니고 싶은 바람난 오후는
득템으로 향수와 함께 재미 보는 중
- 시인,
- 성동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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