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맞짱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맞짱
  • 성광일보
  • 승인 2022.02.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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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김삼기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 맞짱문화가 꽤 성행했었다. 
원래 맞짱은 일대일로 맞서 싸우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소위 맞짱까기나 맞짱뛰기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졌는데, 이는 건달 조직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질 때, 양 조직의 두목이 일대일로 결투를 벌이는 것을 의미했다. 

맞짱은 조직의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움이 시작되고,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부하들은 자기 조직의 두목을 도와 줄 수 없고, 만약에 자기 조직의 두목이 지게 되더라도 집단으로 패싸움을 하지 않고, 깨끗이 승복해야 하는 페어플레이 원칙이 지켜졌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도 맞짱이 유행했는데, 이해당사자 두 명이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투를 벌여 승패를 가렸다.
맞짱의 장점은 속도가 빠르고, 단번에 해결되고, 뒤끝 없이 깔끔하게 끝나고, 승복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맞짱에서 승리라도 하면 적당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 100:0으로 완벽하게 이기는 것이 되어, 그야말로 승자는 영웅이 되었다. 
그 후로 맞짱은 토론에도 등장했는데, 보수와 진보 논객이, 노와 사 대표가 맞짱토론을 벌이면서 극한 대치 상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곤 했다.
맞짱토론은 Bottom-up 조직이 아닌 Top-down 조직에서 나오는 형태로, 조직의 대표가 맞짱토론에서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조직 전체가 그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에, 맞짱토론을 하는 자는 그 조직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대표이어야 했다.

국내외 중대한 정치현안에 대해 여야가 의견이 대립될 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서 의견을 조율하는 영수회담 역시 맞짱토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건달 사회에서도 맞짱이 없어졌고, 정치에서도 맞짱토론이 없어졌고,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맞짱문화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국의 조직문화가 권위적인 Top-down 방식 보다는 의견수렴을 중요시하는 Bottom-up 방식으로 최근 수십 년 동안 전개되면서 맞장문화도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조직이나 정당의 대표인데도 조직의 운명을 놓고 상대와 맞짱토론을 통해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2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일주일 기다리고 지켜보았다. 더 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이번 대선의 막판 최대 변수로 거론됐던 야권 단일화가 일단 결렬되면서 당장 오늘(21일) 열리는 대선후보 3번째 TV 토론에서부터 새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대선후보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메시지는 들리지 않고, 윤석열 대선후보의 뜻이라며 국민의힘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시킨 게 단일화 결렬 선언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왜, 안철수 대선후보와 윤석열 대선후보는 정권교체라는 동일의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일화를 놓고 맞짱토론을 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두 대선후보가 Top-down 시대의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처럼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대선국면에서 의리나 원칙도 사라지고, 정당이나 선대위도 대표에게 조건 없이 맞짱토론에 임하라고 권한을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맞짱토론으로 담판을 지을 때는 그래도 정치 지도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책임감 있게 보였고, 그래서 우리 국민들도 밎짱토론에 의한 그 결과를 대하면서 속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정치판에 영수회담도 없고, 맞짱토론도 없이, 가짜뉴스나 네거티브 공략만 난무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면서 짜증만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 총재시절 위기 때마다 대통령과 맞짱토론을 벌여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우리에게 지금 맞짱토론에 승부를 걸만한 큰 정치인도 없고, 그런 정치문화도 없다는게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정치도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야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선거 같은 큰 판에서는 맞짱토론 같이 단번에 해결되는 스릴을 맛보고 싶은 게, 우리 국민의 마음이 아닐까?

[단상] 정치 이야기는 글의 소재일 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으니, 맞짱에 대한 글로만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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