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우리를 갈라놓았다. 평생 가보지 않은 곳, 서로 가보자
‘문화’가 우리를 갈라놓았다. 평생 가보지 않은 곳, 서로 가보자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2.07.1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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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살림 누구나, 여자어르신 도서관으로 남자어르신 시장으로
장수의비결 네셔널지오그래픽

2005년 11월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장수의 비결-The Secrets of Living Longer>을 특별기획기사로 게재했다. 저자는 댄 뷰트너. 사냥, 정원가꾸기, 자전거타기, 캠핑, 사냥 같은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집안에서 자랐고,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까지 혹은 전 세계 대륙을 종단횡단한 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저자가 직접 전 세계의 장수마을을 찾아 탐험하고 취재한 내용. 소개된 곳은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그리스 이카리아, 일본의 오키나와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 코스타리카의 니코야(한국판에서는 담양-곡성-구례-순창 네 곳을 장수벨트로 소개했다) 이곳을 책은 '블루 존'이라고 불렀다. 병없이 오래 활동하며 행복하게 사는 곳. 

이곳에선 나이가 무의미해서, 90세 100세에도 여전히 밭에서 쟁기질을 하고, 바다에서 다시마를 줍는다. 해변서 물구나무 서고, 오토바이를 타며 즐긴다. 책에서는 대략 9가지 정도의 공통점-파워나인-을 찾았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까?

'병 없이 오래 사는' 아홉 가지 비결
1.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농사를 짓고, 살림을 하고, 자주 걷고.
2. 소명의식. 목적의식적인 삶(아침에 일어나면서 설레는가?)
3. 스트레스 관리. 달리기든, 샤워하며 음악 듣기든, 편안한 친구와의 대화든.
4. 소식. 배고픔이 가시면 먹기를 멈춘다. 배불러도 먹는 우리 이웃은 얼마인가?
5. 고기를 적게, 채소와 과일을 더 많이. 생선은 더 자주, 붉은고기는 덜.
6. 술은 적당히 하루 1-2잔. (와인 한두 잔이 좋다는 이야기가 배경이다)
7. 공동체에 소속된다. 친구, 취미모임, 정당이거나 계속 자신의 일 동료이거나
8.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시. '저녁 있는 삶'이란 구호는 그간의 정치 구호중 최고다.
9. 건전한 사회적 네트워크. 우리는 물든다. 향 싼 종이거나 생선을 싼 종이처럼.

이 아홉 가지 비결 중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이것이 특별한 블루존에서만 하지 않아도 되는 습관이란 점이다. 맑은 공기, 맑은 물 아니어도, 우리는 '불루 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경쟁과 스트레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하여 접대를 하고, 밤을 새워 공부하고 일해야만 하는 상황은 우리들에게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위 아홉 가지는 우리의 일상에서 실천해 봄직한 것들이다. 내 삶의 양식들을 조금 반성하면서, 삶의 루틴들을 다시 조직해 볼 수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을 다시 점검해 보는 일이다. 그중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유교주의, 성별의 구분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전에 해온 대로 세상을 산다. 물질적 실질적 삶의 조건들은 쉽게 바뀌지만,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을 '아노미-문화지체'라고 하는데, 우리가 대략 그렇다. 어르신, 시니어들에게 이 문제는 첫 번째 넘어야 할 과제다. 남녀로 구별돼,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온 삶은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한다. 서로 가보지 않은 곳을 '탐험'해 보자. 

남자어르신, 집에서 살림에 참여하기 
위 블루존의 습관 중 첫 번째로 꼽힌 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집안일을 하는 여성들이 바깥서 일하는 남성들보다 왜 평균 6~10여년씩 더 사는지 알려준다. 하루 세 번의 밥을 차려내고, 끊임없이 처리할 수밖에는 없는 설거지와 빨래 그리고 청소와 같은 일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헤겔은 “노예가 밭 갈고, 집안 일 하고, 물건 고치고, 이런저런 대소사를 처리하면서, 나중에는 주인보다 더 많이 세상에 대해서 앎으로서 주인의 주인이 되는" '노예의 볍증법'을 이야기했었다. 그러니 살려는 자, '살림'부터 손에 잡을 일이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 요리하고,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잡고, '음쓰(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현관문을 열고 밖에 나가는 남자 어르신은 적다. 이것부터 다시 아내의 손에서, 자식들의 손에서, 혹은 요양사의 손에서 되찾아오시라. 아직 해보지 않았고, 하실 수 있는 일이라면, 가장 먼저 그걸 하시라. 가정의 평화와 더불어 나의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4번, 5번, 6번도 모두 살림을 통해서 내가 통제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적게 먹고, 물을 많이 마시라. 고기를 줄이고, 채소와 견과류를 더 많이 챙기라. 이렇게 하는 것이 영양제를 한 줌씩 먹는 것과 견줄(돈도 훨씬 더 적게 들어갈 수 있다)만하다. 요리는 그중 으뜸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긴 여정이 필요하다. 먼저 싸고 신선한 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보아야 한다. 다음 재료들을 씻고 다듬어야 한다. 요리와 조리를 하는 과정 다음에는 담고 먹고 또 치우는 과정이 남았다. 설거지와 음쓰를 버리는 일까지 하면, 한 끼 밥을 먹는다는 일이 엄청한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동안 이걸 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이 든다. 그 고마움이 힘든 노년의 시기를 넘어갈 지도와 나침반, 등산 여정 중의 초코바가 된다. 

그러니 지역 경제에 도움도 될 겸, 길을 걸어 동네 시장에도 들르고, 지역에서 오래된 마트도 쓱 들어가 보라. 구멍가게들은 전부 편의점으로 바뀌었지만, 경쟁력 있는 지역의 상점들은 꽤 괜찮은 가게와 마트로 성장해 있다. 

여자어르신, 도서관에 공공기관에 가실 것
도서관에 가보면 신문 열람대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전부 남자어르신들(반면, 시장을 가보면 흥정을 하고 있는 이들은 대개 여자 어르신들이고)이다. 내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고,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3년여가 흘렀고, 남편 없는 산 삶의, 또다른 결과다. 어머니는 남편을 따라 시댁에 제사를 다닌 것이 가장 큰 '임무'였다. 남편의 일자리, 남편의 고향친구들을 따라 계모임에도 다녔다. 자동차 운전을 하는 아버지 옆에 어머니는 앉아 있었다. 은행업무와 필요한 사회적 계약들을 아버지가 했다. 어머니에게는 사회적 관계, 그녀의 공동체가, 공공에의 접속이 없었다. 그 훈련들이 적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사라지자, 행동반경이 집으로 한정됐다. 

“폭식보다, 끽연이나 폭음보다 해로운 것이 있다면, 그건 외로움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진실이다. 건강이 신체적 건강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측면에서도 아울러 건강해야 정말 몸이 지켜진다고도 할 수 있다. 공동체를 찾을 수 있는 곳, 소명의식을 생각해볼 수 있는 만남, 이를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가 지속될 수 있는 어떤 곳. 그곳이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이다. 

공원은 공공의 재산이다. 서울숲은 응봉산과 대현산, 금호산과 매봉산, 아차산과 수락산 같은 넓게 펼쳐진 자연이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면, 그곳은 나라의 재산이어서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돈'을 지불하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카페와 식당, 백화점과 놀이공원이 그렇다. 하지만 '돈' 없이도 가볼 곳은 많다. 집밖의 공원처럼, 무엇보다 먼저 도서관이 그런 곳이다. 도서관을 공원 가듯이 천천히 둘러보자. 거기 꽃만큼 예쁜 책들이 있다. 영화도 있다. 벤치에 눌러앉듯, 거기 강연도 신청해 보자. 책을 보고, 책을 빌려도 보자. 강좌가 있다면 그것도 좋다. 거기서도 우리의 삶이 새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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