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제자와의 만남
[수필] 제자와의 만남
  • 성광일보
  • 승인 2024.03.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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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 이옥자
수필가.
성동문인협회 이사
석란 이옥자수필가.성동문인협회 이사
석란 이옥자수필가.성동문인협회 이사

2022년 5월 3일 오후다.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으니 “선생님 저 영재입니다." 듣던 목소리다. 내가 1976년 초임 발령받고 초임에 근무하던 이천 배영중학교 2학년 때 제자인 김영재 군의 전화다. 너무 반가웠다. 그동안 바쁘게 살다가 서로 연락하지 못했다. 17회 졸업생인 김 군이 은사님들과 만남을 위한 단톡방을 개설하였다고 했다. 5월 12일 목요일 5시에 알라 메종 와인앤다인에서 모인다며 나를 초청한다는 전화였다.

나는 아침부터 제자를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5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보통 때는 시간이 80마일로 달려서 안타까웠는데 오늘은 왠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다. 제자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이 한 접을 사놓고 오이지 담그는 것을 내일로 미루었다. 4시가 되어 집을 나섰다. 왕십리역에서 경의선을 갈아타고 용산역에 도착했다. 빌딩 안내원의 도움으로 모이는 장소로 들어갔다. 뒤에서 “선생님"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 군, 이 군, 유 군과 영어과 조 선생과 음악과 김 선생님도 모두 만났다. 반갑다. 옛날 얼굴, 그대로이다. 

김 군은육사에 재학 중 휴가를 받아 우리 집에 몇 번 인사하러 왔었다. 군복을 입고 거수경례하는 김 군의 의젓하고 듬직한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로부터 어언 41년 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늘 제자들을 만나 디저트와 포도주 한 잔씩을 마시면서 오랜만에 이야기꽃을 피웠다. 기분 좋은 자리에 음식이 맛깔스럽고 입맛에 맞다. 식빵도 고소하여 다시 주문하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온방에 감돌았다.

이천 배영중학교를 떠나온 지 44년이 흘렀지만, 내가 초임 교사 생활의 기쁨과 즐거웠던 학교생활의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국어 시간에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열심히 듣던 김 군이 잘생기고 똑똑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장래 나의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았었다고 실토했더니 모두 처음 듣는 소리라며 웃었다. 김 군은 역시 국문학을 전공하여 문학박사가 되었고 현재는 모기업의 사장이라고 했다.

순자荀子의 [권학편]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다. 쪽에서 뽑아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제자들이 나보다 훌륭하게 된 모습을 보니 대견하여 교사의 보람을 느꼈다. 

 오늘 제자들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예쁜 꽃송이와 홍삼 선물을 전하는 감격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며칠 후 TV에서 오늘은 스승의 날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전에는 스승의 날을 무심히 지나쳐버렸는데 이제 훌륭한 제자가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이번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제자와 스승 간에 따듯한 정을 느끼게 해준 제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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