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오래고 구름을 천년을 흐른다[2] : 浮碧樓 / 목은 이 색
돌은 오래고 구름을 천년을 흐른다[2] : 浮碧樓 / 목은 이 색
  • 서울동북뉴스
  • 승인 2014.07.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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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4)

돌은 오래고 구름을 천년을 흐른다[2] : 浮碧樓 / 목은 이 색

아무렴 해도 중국 관문이 대동강이었기에 평양은 교통의 요새지이자 문화 중심지였다. 6.25때 불타버린 것으로 알려지나 평양하면 떠오르는 절이 영명사이고 부벽루다. 남북의 허리가 잘려 있는 마당에 가보고 싶은 곳이 평양이 아닌가 한다. 그만큼 문화의 유적이 많다. 동명왕이 탔다고 하는 기린마를 떠올리면서 하늘이 남겨놓은 마지막 천손은 어디에서 노니는지 산은 푸르고 강은 저절로 흐른다고 읊었던 율시 전구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浮碧樓(부벽루)[2]  
                                            
목은 이 색

 
동명왕 기린마는 어디 가고 오지 않고
천손은 지금쯤엔 어느 곳에 놀고 있나
휘파람 불어보지만 산천은 변함없네.

麟馬去不返 天孫何處遊
린마거불반 천손하처유
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장소의풍등 산청강자류

돌은 오래고 구름은 천년을 흐른다(浮碧樓)로 제목을 붙어본 율(律)의 후구인 오언율시다. 작가는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으로 고려 말의 문신이다. 1365년 신돈이 등장하고 개혁정치가 본격화되면서 개혁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1388년 위화도회군이 일어나자 문하시중에 임명되었고 조선왕조가 개창되면서 고려 말에 논죄되어, 서인이 되어 해도에 유배되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기린마는 가고 오지 않으니 / 천손은 어느 곳에서 노는가 // 돌난간에 기대어 휘파람 부는데 / 산은 푸르고 강물은 절로 흐르는구나]라고 번역된다.

전구에서 시인이 읊은 시심은 [엊그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 잠시 부벽루에 올랐더니 // 성은 비었는데 달은 한 조각이요 / 돌은 오래 되었고 구름은 천년을 흐른다]라고 쏟아냈다. 우연히 영명사를 지나다가 부벽루에 올랐건만 천년 그림자조차 찾을 길이 없다.

그럼에도 시인의 눈에 아련히 비치는 것은 기린마를 상상한다. 동명왕이 탔었다는 기린마를 볼 수 없고 아직 천손은 어느 곳에 놀고 있는지 반겨주기 않는다고 회고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고구려를 지킬 수 있었고, 그래서 저 광활한 만주 벌판을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시인의 눈이 보이는 것은 모두가 화고와 시적 소재들뿐이다.

화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화의 상대를 찾아본다. 돌 난가에서 휘파람을 불어 보지만 그마져 허사다. 대답이 없다.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는 것은 산은 푸르고 강물만이 말없이 흐를 뿐이다. 어느 시인의 ‘어즈버 태평연원이 꿈이런가 하노라’라는 싯귀를 울컥 떠올려 본다.

【한자와 어구】
麟馬: 기린마, 동명왕이 기린마를 타고 기린 굴로 들어갔다가 하늘로 올라갔다. 去不返: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天孫: 직녀성(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何處遊: 어느 곳에서 노는가. 長嘯: 길게 휘파람을 불다. 風磴: 소원 등을 기원할 때 사용하는 전통놀이. 自流: 스스로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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