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충주보훈휴양원으로 향하는 길은 막 가을에 접어든 산하의 아름다움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이 터져 나왔다. 두 시간을 달려 드디어 도착한 보훈휴양원 강당에는 「보훈복지인력 한마음 워크숍」이란 현수막이 내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듯 했다.
강당에서 가만히 앉아있자니 불현 듯 8년 전, 2007년 1월에 서울지방보훈청 대강당 문을 두드리던 그날이 뇌리를 스쳤다. 사실 우리 부모님도 고령이시라 치매교육을 받았었는데 내 부모 잘 모시고 싶은 마음으로 내디딘 걸음이 오늘날 나를 이 곳까지 오게 만들었다. 처음 ‘보훈섬김이’의 일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면 그리 쉽지 만은 않았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모두가 나의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자 노력하였지만 하루 평균 3가구의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 계속 이동을 해야 할 때는 분명 체력적으로 많은 한계를 느끼곤 했다. 그렇게 몸이 힘들다보면 마음까지 지쳐가는 순간들이 존재하고는 했다.
‘보훈섬김이’는 만 65세이상의 독거이거나 노인 부부세대이면서 생계가 곤란한 국가유공자의 자택을 주 1~3회 방문하여 가사 서비스(BOVIS, 노후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 빨래, 밑반찬 등과 함께 말벗도 해드리면서 내 부모처럼 살뜰히 보살펴 드린다.
처음의 마음가짐이 체력의 한계로 인해 흐트러지던 시기에 이번 워크숍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내가 왜 국가유공자분들을 가족처럼 보살펴 드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엇다. ‘나라사랑, 행복한 미래’ 라는 주제로 진행된 특강에서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된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전쟁의 참담함을 겪지 못한 우리세대가 갖춰야할 역사인식의 자세를 가다듬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간들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신 국가유공자께 더욱더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한 뜻 깊은 시간이었다. 또한 보비스(BOVIS, 노후복지서비스)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보비스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보훈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걸어온 길이었고, 또 앞으로 걸어갈 길음을 알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보훈섬김이’가 되었고 체력적으로 힘이 들 때면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잠깐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1박 2일간 진행된 이번 워크숍을 통해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거창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을 했다. 나라사랑은 국가유공자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지금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었고 내가 하는 일이 충분히 영예로운 것임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보훈섬김이’ 모두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느끼고 배운 것을 마음에 담고 돌아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준 국가유공자분들을 존경과 사랑으로 보살펴 드려야겠다는 다짐으로 보훈휴양원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