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와 혁명과 반란
인사청문회와 혁명과 반란
  • 성광일보
  • 승인 2015.11.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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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 칼럼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일반화되었다.
그곳에는 언제부터인가 빠지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5.16에 관한 정의를 묻는 것이다.
자기가 이미 내린 관념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유치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국회의 일상이 되었다. 이것은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하고자 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을 이른다. 공직후보자의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2000년 6월부터 시작되었으니 벌써 제도화된 지 15년을 넘기고 있다.

우리에게 청문회라는 것은 낯설지 않다. 이른바 6.10 항쟁의 치열했던 산유물로 ‘5공청문회’라는 것이 있었다. 포장마차에서조차 뚫어져라 방송을 시청하며 열띤 토론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요즘에는 합참의장과 KBS사장 그리고 검찰총장 등에 관한 인사청문회가 이어졌다.

이 청문회에서 야당위원들이 빼놓지 않고 공통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하나 있다. 언제부터인가 알 수 없지만 거의 절대적 수순이다. 바로 “5.16이 혁명인가? 아니면 반란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공직후보자의 역사관에 관한 질문이라 합리화한다. 당연지사 확인해야 한다는 이러한 현상은 이것보다 더 유치한 질문이 있을까도 싶다. 그 질문의 대척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는 것을 감안하여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인사청문회 위원이 예의 빠짐없이 묻는 것을 보면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이것은 국격에 관한 문제다. 외신은 이런 경우 어찌 평가하는가도 궁금하다.

5.16이 혁명인지 반란인지에 관한 답은 적어도 지금은 있을 수 없다. 훗날 역사가의 몫이다. 그리고 이것은 절대적인 정의가 아니라 시대에 따라 분명 변할 것이며,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5.16이후 1963년 12월 시행된 대한민국헌법 전문의 시작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로 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고등학교 사회과목에서는 헌법을 배운다. 법률을 전공하지 않아도 그 때는 5.16을 혁명이라 규정하고 가르친 것이다.

그래서 공직후보자에게 5.16에 관한 입장을 묻는 것은 마치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 묻는 것과 같다. 유치하고 정답이 없기는 매 한가지다. 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과 우국충정(憂國衷情)에 우열이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아이들은 대체로 처음에는 소신 있게 누가 좋은지를 말하다가 점점 자기의 선택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보기에 따라 소신 있게 감히 군사반란이라고 규정하여 야당 청문위원이 기꺼워하던 후보자도 있었다.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것만 같았던 공직후보자가 임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진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정답이 없는 소신을 말한 불경은 분명 아닐 것인데 야당 위원들의 유치한 질문과 어우러지니 그리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가 보다.

혁명과 반란, 이런바 쿠데타에 관한 이 정의는 야당에게는 일정한 잣대가 없다. 어떨 때에는 민주화된 우리 사회에 다양한 시각과 비판이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마치 다른 생각을 하면 죄악시 하는 것은 이것 말고도 더러 있다. 자기가 확신한 주관을 남이 달리 생각하면 적대시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나타내고 있으니 지적받아 마땅하다.

공적과 과실은 누구에게나 함께 있다. 성인이라도 피해가지 못하는 이런 덕목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를 아울러야 한다. 더불어 시대의 몫이고 역사에 관한 문제다. 공직후보자의 관점이나 정의로 결정할 것도 아니다. 그기에 관한 관점은 공직수행과 더욱 관련이 없다.

혁명은 언제나 기존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반란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을 혁명으로 만든 것은 그것을 주도한 자의 정의가 아니라 후대 역사평가의 결과였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나 프랑스대혁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5.16은 절대적으로 혁명이 아니라 군사반란이라는 정의를 가지고 이것을 공직후보자에게 묻는 유치함을 벗어날 때에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순수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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