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내게서 떨어진 적 없었던 듯 하여라 : 得牛 / 만해 한용운
분명 내게서 떨어진 적 없었던 듯 하여라 : 得牛 / 만해 한용운
  • 성광일보
  • 승인 2015.11.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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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4)

분명 내게서 떨어진 적 없었던 듯 하여라 : 得牛 / 만해 한용운

네 번째는 득우(得牛), 즉 “소를 얻다”이니, 동자승이 소의 꼬리를 잡은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 마음을 발견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 마음은 갈 길을 잡지 못하고 해매고 있는 형국이다. 동자가 소를 붙잡아서 막 고삐를 낀 모습으로 표현된다. 마음의 상태를 보긴 보았는데 그 마음이 정화되지 않은 상태로 마치 땅 속에서 아직 제련(製鍊)되지 않는 금광석을 막 찾아낸 것과 같은 상태라고 본다. 시인은 그 고삐 내 손에 있음을 문득 깨닫고 나니, 분명 내게서 떨어진 적 없었던 듯 하여라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得牛(득우) / 만해 한용운

보고도 못 얻을까 흔들리는 터럭 마음
그 고삐 내 손 안에 있음을 깨달으니
내게서 떨어진 적이 없었던 듯 하여라.

已見更疑不得渠 擾擾毛心亦難除
이견경의부득거 요요모심역난제
頓覺其轡已在手 大似元來不難居
돈각기비이재수 대사원래불난거

분명 내게서 떨어진 적 없었던 듯 하여라(得牛)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보고서도 못 얻을까 더욱 의심 나더니만 / 흔들리는 터럭 마음 차마 끊어내기 어려워라 // 그 고삐 내 손에 있음을 문득 깨닫고 나니 / 분명 내게서 떨어진 적 없었던 듯 하여라]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더욱 의심 났었지만 차마 끊기 어려워라, 고삐 잡고 생각하니 떨어진 적 없었거늘’ 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소를 얻었다]로 번역된다. 이때의 소의 모습은 검은색으로 표현하는데, 아직도 삼독(三毒)에 물들어 있는 거친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일순간의 탐욕을 다스릴 길이 없으므로 정진하고 공부에 힘쓴 상태다. '물든 마음' 즉, 번뇌 망상을 제거하기 위해서 애쓴다. 이 단계가 바로 ‘견성(見性)’이다.

시인은 잃어버린 소를 보고 의심한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살펴보고도 얻지 못할까 의심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는 과정이다. 이를 시인은 흔들리는 터럭 마음 ‘그것은 아니었다’고 하면서 끊어내기 어렵다 했다.

화자는 손안에 있음을 깨치고 났더니 [분명 내게서 떨어진 적 없었던 듯하다]라고 했다. 불가(佛家)의 ‘얻음’이란 이것이다. 얻기 전에는 얻기 위해 노력하고, 얻은 후에는 다시 의심을 품는 것, 득도(得道)의 한 단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성이리라.√ 불가에서는 견우(得牛)를 다음과 같이 기린다(頌). [내 정신을 다하여 이 소를 잡았으나(竭盡精神獲得渠) / 힘이 세고 마음도 강성해서 잘 다스리기가 어려워라(心强力壯卒難除) / 어느 때는 높은 고원 위에 버젓이 올랐다가도(有時裳到高原上) / 어느 때는 구름 깊은 곳에 들어가 머무르기도 하는구나(又入煙雲深處居)]

【한자와 어구】
已見: 이미 보다. 更疑: 더욱 의심하다. 不得: 못 얻다. 渠: 크다. 擾擾: 흔들리고 흔들리다. 毛心: 터럭 같은 마음. 亦: 또한. 難除: 끊어내다. // 頓覺: 문득 깨닫다. 其轡: 그 고삐. 已: 이미. 在手: 내 손에 있다. 大似: 분명 ~같다. 元來: 원래부터. 不難: 어렵지 않다. 居: 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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