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학용 / 수필가, 성동문협 이사
무짠지
최학용
적당한 크기 조금은 통통한 조선무는
외숙모 손길을 거치면서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고추씨 우려낸 물에 몸을 풀어
노란 꾀꼬리 옷으로 태어난
그 이름 무짠지
남편이 유독 좋아하는 무짠지는
지금도 시원한 물에 담겨
한여름 타는 더위를 식히고 있다
어떤 작가는
“지난해 같은 더위를 무짠지가
없었으면 못 지냈을 것 같다"고 썼다
남편도 그렇다
여름 입맛을 돋우는 무짠지
올해도 외숙모표 무짠지는
우리집 여름 식탁을 환하게 밝혀놓았다
- 최학용 첫시집 《학鶴의 이름으로 지상地上을 날다》 에서

저작권자 © 성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