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자 시인
살아보니
손문자
일생을
껍질로 보내는 사람
일생을
알맹이로 들이는 사람
백지 위에 그림
그리기가 암담하고 참 어렵습니다
누구나 종착지에 가면
부, 명예, 자식, 남편 소중했지만
정작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굳이
내 것을 주장한다면
시인은 같이 늙어 변함없는
색색의 볼펜 몇 자루 뿐입니다
오늘도
늙은 시인은 꿈결에도 생시처럼
무지개 색깔 펼쳐놓고
청춘 그리다 백발, 맨발 맨손으로 그립니다
살아보니 편 편의 시 속에는 행간마다
광활한 시의 세계를 담아
지우고 다시 쓴 흔적 흔적들이
아물지못해 생채기를 앓고 있습니다
손문자
시인,
성동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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